‘마제소바’로 면 시장 평정한 백소정, 이번엔 ‘꾸덕한 카레’로 밥상 공략
#“처음엔 잘못 나온 줄 알았어요. 국물이 하나도 없고 드라이한 카레에 갈린 고기 식감이 느껴져서요. 그런데 노른자를 터뜨려서 돈카츠랑 같이 먹어 보니 완전히 새로운 요리더라고요.”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 씨(32)는 최근 ‘카레 투어’에 빠졌다. 하지만 그가 찾아다니는 곳은 우리가 흔히 아는 ‘노란색 즉석 카레’나 흥건한 소스에 밥을 비벼 먹는 식당이 아니다. 수분기를 쫙 빼고 다진 고기와 향신료를 볶아낸 ‘드라이 카레(Dry Curry)’ 맛집들이다. 이 씨는 “밥을 소스에 비비는 게 아니라, 고기 요리를 밥에 얹어 먹는 느낌이라 훨씬 고급스럽다”고 호평했다.
대한민국 외식 시장에서 ‘카레’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급식이나 가정간편식(HMR)의 대표주자였던 카레가 MZ세대의 ‘시각적 미식(Visual Gastronomy)’ 트렌드와 만나 화려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 이미지 /AI생성 이미지
◆1세대 ‘3분’·2세대 ‘국물’ 거쳐… 3세대 ‘꾸덕함’으로
식품·외식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레 시장은 크게 3세대로 구분된다. 1세대가 1980년대 ‘봉지째 데워 먹는 즉석 카레’로 대변되는 가정식 노란 카레였다면, 2세대는 2010년대 일본 프랜차이즈가 주도한 ‘커스터마이징 국물 카레’였다. 이들은 묽은 소스에 마늘 후레이크나 파를 얹어 먹는 방식으로 카레의 외식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최근 2024년 하반기부터 급부상하고 있는 3세대가 바로 ‘키마카레(Keema Curry)’다. ‘키마’는 힌디어로 ‘다진 고기’를 뜻한다. 물이나 육수를 최소화하고 다진 고기와 채소 자체의 수분으로만 볶아내 꾸덕한 질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최근 성수동, 연남동 등 소위 ‘힙’하다는 상권에서는 이미 키마카레 전문점들이 줄을 세우고 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수만 건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탕후루, 마라탕이 그랬듯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식감이 독특한 메뉴가 트렌드를 주도한다”며 “키마카레의 선명한 노른자와 고기의 질감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요소를 완벽하게 갖췄다”고 분석했다.
◆‘마제소바’ 성공 DNA 이식… 백소정의 승부수
개인 맛집 위주로 퍼지던 이 트렌드에 대형 프랜차이즈가 참전하며 판이 커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돈카츠·소바 전문 브랜드 ‘백소정’이다.
백소정은 이미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마제소바(일본식 비빔면)’를 대중화시키며 전국 200호점을 돌파한 저력이 있는 브랜드다. 업계에서는 백소정이 마제소바를 통해 축적한 ‘다진 고기 양념(민찌)’ 노하우를 카레에 접목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 출시된 백소정의 신메뉴 ‘키마카레’는 기존 일본식 드라이 카레의 단점인 퍽퍽함과 느끼함을 잡는 데 주력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특유의 감칠맛과 매콤함을 더해, 밥 위에 얹어 먹었을 때 가장 이상적인 밸런스를 구현했다는 평가다.
특히 주목할 점은 ‘페어링(Pairing)’ 전략이다. 백소정은 단품 카레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두툼한 돈카츠를 카레에 찍어 먹거나 곁들여 먹는 세트 구성을 선보였다.
백소정 개발팀 관계자는 “마제소바가 ‘면’ 요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면, 키마카레는 ‘밥’ 요리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며 “단순히 소스에 밥을 비비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밥과 함께 즐기는 미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오랜 기간 연구했다”고 밝혔다.
사진 백소정
◆겨울엔 국물?…고정관념 깬 ‘비주얼 임팩트’
통상적으로 외식업계에서 겨울은 뜨끈한 국물 요리(우동, 전골 등)가 강세인 시즌이다. 하지만 백소정은 역설적으로 국물 없는 ‘드라이 카레’를 겨울 전략 메뉴로 내세웠다. 이는 소비 침체기일수록 자극적이고 확실한 시각적 만족을 주는 메뉴가 지갑을 연다는 ‘불황형 소비’ 심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외식 컨설팅 전문가는 “딤섬이 만두 시장의 정체기를 뚫고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듯, 키마카레 역시 정체된 카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전국 유통망을 갖춘 백소정의 가세로 2026년 외식 트렌드는 ‘드라이 카레’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백소정은 이번 키마카레 출시를 기점으로 브랜드 리프레시(Refresh)는 물론, 내년 초 미국 F&B 시장 진출까지 앞두고 있어 ‘K-푸드’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제소바’로 면 시장 평정한 백소정, 이번엔 ‘꾸덕한 카레’로 밥상 공략
#“처음엔 잘못 나온 줄 알았어요. 국물이 하나도 없고 드라이한 카레에 갈린 고기 식감이 느껴져서요. 그런데 노른자를 터뜨려서 돈카츠랑 같이 먹어 보니 완전히 새로운 요리더라고요.”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 씨(32)는 최근 ‘카레 투어’에 빠졌다. 하지만 그가 찾아다니는 곳은 우리가 흔히 아는 ‘노란색 즉석 카레’나 흥건한 소스에 밥을 비벼 먹는 식당이 아니다. 수분기를 쫙 빼고 다진 고기와 향신료를 볶아낸 ‘드라이 카레(Dry Curry)’ 맛집들이다. 이 씨는 “밥을 소스에 비비는 게 아니라, 고기 요리를 밥에 얹어 먹는 느낌이라 훨씬 고급스럽다”고 호평했다.
대한민국 외식 시장에서 ‘카레’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급식이나 가정간편식(HMR)의 대표주자였던 카레가 MZ세대의 ‘시각적 미식(Visual Gastronomy)’ 트렌드와 만나 화려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 이미지 /AI생성 이미지
◆1세대 ‘3분’·2세대 ‘국물’ 거쳐… 3세대 ‘꾸덕함’으로
식품·외식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레 시장은 크게 3세대로 구분된다. 1세대가 1980년대 ‘봉지째 데워 먹는 즉석 카레’로 대변되는 가정식 노란 카레였다면, 2세대는 2010년대 일본 프랜차이즈가 주도한 ‘커스터마이징 국물 카레’였다. 이들은 묽은 소스에 마늘 후레이크나 파를 얹어 먹는 방식으로 카레의 외식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최근 2024년 하반기부터 급부상하고 있는 3세대가 바로 ‘키마카레(Keema Curry)’다. ‘키마’는 힌디어로 ‘다진 고기’를 뜻한다. 물이나 육수를 최소화하고 다진 고기와 채소 자체의 수분으로만 볶아내 꾸덕한 질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최근 성수동, 연남동 등 소위 ‘힙’하다는 상권에서는 이미 키마카레 전문점들이 줄을 세우고 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수만 건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탕후루, 마라탕이 그랬듯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식감이 독특한 메뉴가 트렌드를 주도한다”며 “키마카레의 선명한 노른자와 고기의 질감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요소를 완벽하게 갖췄다”고 분석했다.
◆‘마제소바’ 성공 DNA 이식… 백소정의 승부수
개인 맛집 위주로 퍼지던 이 트렌드에 대형 프랜차이즈가 참전하며 판이 커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돈카츠·소바 전문 브랜드 ‘백소정’이다.
백소정은 이미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마제소바(일본식 비빔면)’를 대중화시키며 전국 200호점을 돌파한 저력이 있는 브랜드다. 업계에서는 백소정이 마제소바를 통해 축적한 ‘다진 고기 양념(민찌)’ 노하우를 카레에 접목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 출시된 백소정의 신메뉴 ‘키마카레’는 기존 일본식 드라이 카레의 단점인 퍽퍽함과 느끼함을 잡는 데 주력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특유의 감칠맛과 매콤함을 더해, 밥 위에 얹어 먹었을 때 가장 이상적인 밸런스를 구현했다는 평가다.
특히 주목할 점은 ‘페어링(Pairing)’ 전략이다. 백소정은 단품 카레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두툼한 돈카츠를 카레에 찍어 먹거나 곁들여 먹는 세트 구성을 선보였다.
백소정 개발팀 관계자는 “마제소바가 ‘면’ 요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면, 키마카레는 ‘밥’ 요리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며 “단순히 소스에 밥을 비비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밥과 함께 즐기는 미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오랜 기간 연구했다”고 밝혔다.
사진 백소정
◆겨울엔 국물?…고정관념 깬 ‘비주얼 임팩트’
통상적으로 외식업계에서 겨울은 뜨끈한 국물 요리(우동, 전골 등)가 강세인 시즌이다. 하지만 백소정은 역설적으로 국물 없는 ‘드라이 카레’를 겨울 전략 메뉴로 내세웠다. 이는 소비 침체기일수록 자극적이고 확실한 시각적 만족을 주는 메뉴가 지갑을 연다는 ‘불황형 소비’ 심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외식 컨설팅 전문가는 “딤섬이 만두 시장의 정체기를 뚫고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듯, 키마카레 역시 정체된 카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전국 유통망을 갖춘 백소정의 가세로 2026년 외식 트렌드는 ‘드라이 카레’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백소정은 이번 키마카레 출시를 기점으로 브랜드 리프레시(Refresh)는 물론, 내년 초 미국 F&B 시장 진출까지 앞두고 있어 ‘K-푸드’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